
빵을 만들 때마다 느낀다. 반죽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. 손끝의 온도, 마음의 여유, 밀가루의 숨결까지 그대로 드러난다. 그래서 나는 반죽을 할 때면 오늘 내 하루가 어땠는지를 돌아보게 된다. 조급했는지, 집중했는지, 혹은 마음이 흔들렸는지. 이상하게도 반죽의 질감이 내 감정을 그대로 비춰주는 거울 같다.
처음 베이킹을 시작했을 땐 단지 맛있는 빵을 만들고 싶었다.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‘만드는 시간’ 그 자체가 더 중요해졌다. 손으로 밀가루를 섞고, 반죽이 천천히 살아나는 과정을 바라보는 일이 마음을 정리해주는 시간이었다. 반죽이 숙성되는 동안 차분히 커피 한 잔을 마시며 기다리는 그 여유가, 요즘 내 일상의 중심이 되었다.
가끔은 반죽이 잘 부풀지 않을 때가 있다. 그럴 땐 오븐 앞에서 한참을 바라보다 문득 깨닫는다.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, 오늘의 실패가 내일의 빵을 더 깊은 맛으로 만들어준다는 것을. 베이킹은 인생의 축소판 같다. 재료는 단순하지만, 과정은 늘 다르고, 결과는 언제나 예상 밖이다.
요즘 나는 빵을 ‘굽는다’기보다 ‘기록한다’는 마음으로 임한다. 반죽의 질감, 굽는 냄새, 오븐에서 퍼지는 소리까지 모두 기억하고 싶다. 그 시간들이 모여 내 하루를 따뜻하게 채워주기 때문이다. 그래서 오늘도 반죽을 치대며 다짐한다. 내일의 빵이 오늘보다 조금 더 부드럽기를, 그리고 그 속에 나의 진심이 스며들기를.
굽는다는 건 단순한 요리가 아니다. 기다림의 미학이자, 나 자신을 다독이는 일이다. 손끝으로 마음을 반죽하고, 오븐의 열로 생각을 구워내며, 그렇게 매일의 조각들이 빵으로 완성된다. 그래서 나는 오늘도 굽는다. 내 하루의 온도를 확인하기 위해, 그리고 내 삶이 천천히 부풀어 오르기를 바라며.
전유진 제빵사